문헌 정리를 잘 하는 것은 모든 연구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연구 결과는 오직 논문으로서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대학원에 들어간 90년대 후반에만 해도 문헌 검색을 인터넷으로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고, 거의 Chemical Abstract 책을 뒤져야만 했다. 학부 때 배웠던 논문 검색법 수업에서도 도서관에서 어떻게 Chemical Abstract 책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던 것 같다. 이 책이 한 주에 나오는 분량만 해도 웬만한 백과사전 몇 권 분량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이 책을 뒤지는 것이 힘든 일이었지만, 도서관으로서도 이런 분량의 책을 매주 배달받아서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때였는지부터 이게 시디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디롬을 빌려줄 수는 없는만큼, 도서관 컴퓨터에 시디롬들을 삽입해 놓고 인터넷으로 이 컴퓨터에 접속해서 검색을 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두꺼운 책을 직접 찾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인 일이었지만, 한 컴퓨터에 기껏해야 24장의 시디롬을 넣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니 (지금이야 파일을 마운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때만 해도 시디롬을 사용하는 방법은 D부터 Z까지 실제 물리적인 드라이브에 시디를 넣는 방법 뿐이었다), 시디롬이 늘어나면 컴퓨터를 늘려야 했고 (일년에 시디가 몇 장 나온다고 생각해도 문헌 검색은 몇십년을 해야 하니...), 시디롬을 직접 읽으면서 검색을 해야 하니 속도 면에서도 그리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2배속 시디롬... -_-)

더 문제는 이렇게 검색을 하고 나면 반드시 해당 문헌을 도서관에서 직접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논문을 책으로부터 직접 찾으려면 저널이 제자리에 잘 꽂혀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일 뿐더러, 모든 정보들을 복사지에 의존해서 종이 내에 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부지런하게 검색하고 복사하고, 복사한 논문을 제본하고 하는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논문 제본한 책들이 늘어날수록 정보 검색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어떻게든 검색에 유리하게 이 자료들을 관리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노하우였다.

그러던것이 Web of Science와 같은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어느덧 아득한 과거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이제 어느 누구도 저널의 논문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웹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 사이트에 접속하여 검색을 할 뿐이다. 검색 결과가 나오면 해당 저널 페이지로 이동해서 html이나 pdf로 된 원문을 읽으면 된다. 이제 Google Scholar 같은 서비스까지 나왔으니 검색이 그 어느때보다 쉬운 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문헌 정보를 검색하기가 너무 쉬워진 요즘이라고 해도 검색한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헌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논문을 읽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논문을 쓸 때 제대로 인용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논문을 쓸 때 인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내가 수집한 문헌 정보들을 찾기 쉽게 잘 정리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널마다 다른 인용 방식을 자동으로 관리해준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인용 방식이 다른 저널에 투고를 하게 되어서 Reference의 인용 방식을 바꿔본 일이 있는가? 특히 Review 논문처럼 인용문헌이 수백개에 달하는 경우라면, 이렇게 인용 방식을 바꾸는 일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지루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지루한 일을 줄여 주었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바로 Endnote였다.

이제 웬만한 대학 도서관에서는 Endnote를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많은 사용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논문을 쓰고 있다.

그러나 어디든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Endnote의 단점인 무거움, pdf 관리의 어려움 등을 개선한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출현을 하고 있다. 내 경우에는 BibDesk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사용하다가, 이제는 Papers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고, 얼마 전에는 Bookends라는 프로그램을 더 추가하여 사용하고 있다. BibDesk는 인용 문헌 관리는 물론이고 pdf 파일 관리에 있어서도 많은 자유도를 부여해 주는 소프트웨어이다. Papers는 주로 논문을 검색해서 읽는 작업 흐름에 최적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이고, Bookends는 문헌을 내 논문에 인용하고 싶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이런 모든 일들을 TeX으로 작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에 웹 브라우저인 Firefox의 플러그인으로 작동하는 Zotero라는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이러한 혁신의 가장 진보된 모습을 보게 되었다. Zotero문헌을 검색해서 읽고 관리하는 모든 일들이 대부분 웹 브라우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웹 브라우저 안에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브라우저와 플러그인만 있으면 문헌 관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원하는 논문을 담고 있는 웹 페이지에 가면 자동 추가 버튼이 생기고, 이것을 누르면 모든 문헌 정보가 저장되는 것이다. 여기에 첨부 파일들도 제한없이 관리할 수 있고, 자체 플러그인 기능을 이용해서 주요한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들과도 연동이 되어, 서로 다른 문헌 인용 방식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 준다.

최근에 Endnote를 만들고 있는 Thomson Reuters사에서 Zotero 제작자인 조지메이슨 대학의 Center for History and New Media천만달러짜리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어서, 내용을 봤더니 Endnote의 독점적 파일 포맷을 침해했다는 이유라고 한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오피스 파일 포맷을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대안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소송의 이유라는건 참 납득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되었건간에, 나와 같은 사용자들에게는 이런 소송 뉴스가 도리어 Zotero에 대한 선전이 되어서 다운로드받고 실행을 해 보게 되었다. 아직 논문 안에 문헌 인용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와 직관적인 사용 흐름이라면 충분히 기존의 문헌 정리 프로그램들을 대치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오픈소스이다. 도서관에서 Endnote를 무료로 받아서 사용하는 학생들이라면 Endnote도 무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도서관이 지불하고 있을 어마어마한 돈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게다가 개인 사용자용의 경우에는 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왜? 나로서는 비싸고 느리고 기능도 그리 좋지 않으면서 독점적인 파일 형식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굳이 써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아직은 Papers + Bookends 조합에 만족하고 있지만, 플랫폼 비의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Zotero가 첫번째 선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 Nature에 실린 기사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명확한 정리를 해 주고 있다.

독점적인 데이터 포맷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열린 표준은 혁신을 위해 더 나은 자극이 될 수 있다.
Proprietary data formats may be legally defensible but open standards can be a better spur for innovation.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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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10:48 2008/10/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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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ndnote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없을까?

    Tracked from My Research Notes 2008/10/25 22:54

    아직은 어색하지만 연구실에서 자료를 모으면 PDF로 된 논문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자료를 효과적으로 정리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학교에서 제공하는 Endnote란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Endnote는 서지 관리 프로그램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특히 구글 학술 검색에서 Endnote로 바로 인용정보를 가져올 수 있어 편리하다. Endnote의 장점으로 각 학술지에 맞는 참고문헌 양식에 맞게 알아서 지정해준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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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ravatar Image.
    이경근
    2008/10/25 14:20

    CA를 찾아보신 분이 아직 계시는 군요... ^^ 문헌관련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zotero를 쓰다가 최근에 papers + devonthink로 바꾸었습니다. devonthink의 검색능력은 정말 발군이더군요..

    • Gravatar Image.
      lordmiss
      2008/10/25 15:19

      CA... 사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죠. ^^

      Devonthink를 생각해 본 적도 많이 있습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레코드들을 연결시켜주는 능력은 참 대단하더군요. 저는 devonthink를 대체하는 용도로 EagleFiler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http://lordmiss.com/journal/archives/183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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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ID Logohongiiv
    2008/10/28 10:49

    언제 한번 기회가 되시면 문헌정리에 대한 세미나라도 한번 해주시면^^ 저는 Papers와 Connotea를 사용하고는 있는데,, 뭐 정답은 없는거고, 어떻게 사용해야 잘 사용한다고 소문이 날지?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참! Open Bioinformatics Korea(http://groups.google.com/group/open-bio-korea)에서 조만간 생물정보+화학정보와 Open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예정인데,, 그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이왕이면 가입도 ^^

    • Gravatar Image.
      lordmiss
      2008/10/29 17:43

      세미나까지요...^^

      구글 그룹은 가입했어요. 승인해 주세요. ^^

  3. Gravatar Image.
    OpenID Logohongiiv
    2008/11/03 21:19

    가입과 동시에 10문10답까지 해주시고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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