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이 글은 영국의 텔레그래프지에 Roger Highfield가 쓴 “Fears of the new kinds of CJD”라는 기사와, 이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Claudio Soto 교수의 Cell지에 실린 논문 “Crossing the species barrier by PrPSc replication in vitro generates unique infectious prions”을 읽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쓴 글입니다. 좀더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원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배경설명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는 잘 알려진(!) 것처럼 소의 광우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의 병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몇 달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소고기 논란과 관련해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고기를 통해 감염된 경우에는 vCJD라고 하고 감염이 아닌 산발성으로 일어난 경우에는 sCJD(sporadic CJD)라고 부른다. 소의 경우 광우병의 정확한 병명은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다. 이 병은 양, 엘크 등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이상접힘 현상을 통해 변성프리온으로 전환되고, 전환된 변성프리온이 정상프리온 단백질을 변성시킴으로서 증폭되어 섬유를 형성하고, 이것이 조직에 쌓여 조직을 손상시키게 된다.
단백질의 이상접힘 현상은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치매 역시 아밀로이드 베타의 이상접힘으로 인해 단백질이 응집되어 플라크를 형성하고, 이 중간 단계에서 뇌세포에 독성을 나타내서 뇌세포를 죽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CJD?
미국의 Claudio Soto 교수는 PMCA(Protein misfolding cyclic amplification)라는 방법을 통해 시료 내에 아주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변성프리온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학자이다. 이 방법은 쉽게 말해서, 정상프리온은 여러 개가 뭉치지 않는 반면 변성프리온은 정상프리온의 구조를 변형시킨 후에 여러 개가 뭉쳐서 커지는 성질이 있으므로, 생성된 단백질 덩어리를 계속해서 기계적인 충격을 통해 깨 주게 되면 새롭게 덩어리가 자라는 현상을 이용하여 변성프리온을 증폭하는 방법이다.
Soto 교수의 이번 논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우스의 변성프리온 단백질과 햄스터의 정상프리온을 섞은 후 PMCA로 증폭을 해 보았더니, 햄스터에게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종류의 변성프리온이 생성되었으며, 반대의 경우(마우스의 정상프리온과 햄스터의 변성프리온을 섞은 경우)에도 동일한 결과(마우스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종류의 변성프리온 생성)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내용 외에도 중요한 다른 포인트들도 많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리온 질환의 경우 종간에는 어떤 장벽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이 장벽 때문에 다른 종 간에는 프리온질환이 잘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광우병이 사람에 전염되는 것과 같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를 제외한 양이나 엘크 등으로부터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결과에 의하면 서로 다른 종의 프리온 단백질이 전혀 새로운 변성프리온을 생성시킬 수 있었고, 이 사실은 소를 제외한 다른 동물의 변성프리온에 의해 인간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변성프리온이 정상프리온과 다른 점이 단지 구조적인 변화 뿐이라는 사실, 그리고 프리온의 감염은 유전자에 의해 매개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그 자체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을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감염 능력을 보이는 변성프리온이 여러 종류 존재한다는 것은, 새로운 구조를 가진 변성프리온이 출현하여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다.
미래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변성프리온이 돼지를 감염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전염성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새로운 변성프리온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때 자신있게 "NO”라고 대답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보건 측면에서 매우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단백질 접힘이라는 주제는 매우 기초적인 주제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단백질 접힘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존재하는 구조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처음부터 수학적으로 현상을 풀어내려는 노력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런 단백질 접힘 연구와 광우병이라는 현상은 매우 큰 간격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앞의 기초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단백질 접힘 현상을 이해하고 이 현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학문적인 기초가 마련된다면, 그것을 막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는 막연하게 trial-and-error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광우병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의사나 약사의 문제, 혹은 사회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부분,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없다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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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에 읽은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책에 의하면
정상과 변형 prion 의 protein 1-D structure (AA sequence) 가 같다는 군요,
1-D 가 같은데 2-D 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