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향 수박 드시겠어요? 딸기향 포도는 어떠세요?
식물이 내는 향기는 식물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수박에서 레몬향이 나고 포도에서 딸기향이 날 수 있을까?
영국의 저명 과학잡지인 Nature 온라인판 2008년 8월 20일자로 실린 Structural insights into the evolutionary paths of oxylipin biosynthetic enzymes 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jasmonate (자스민 향을 내는 물질)라는 물질을 내는 oxylipin pathway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allene oxide synthase (AOS)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단백질은 hydroperoxide 물질을 hydroxylated fatty acid로 만드는 Cytochrome P450의 변종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어떻게 hydroperoxide를 변형시키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기질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단백질의 x-ray crystal 구조를 얻었다. 이렇게 두 가지의 구조를 비교해 본 결과, 기질과의 결합에서 epoxyallylic radical과 그 양이온의 반응성을 조절하기 위해 aromatic pi-system과의 상호 작용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상호 작용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한 개를 비극성 아미노산으로 치환하자 AOS의 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아미노산의 치환만으로 AOS가 GLV(green leaf volatile)를 생성하는 hydroperoxide lyase (HPL)라는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생합성 효소로 기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AOS라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를 바꿨더니 원래 생성하는 자스민향의 물질이 아니라 녹차 향이 나는 물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래 식물들이 내는 향기는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벌레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벌레를 죽이거나 쫓을 수 있는 물질, 혹은 벌레의 포식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물질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생합성 경로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triterpene류를 만들어내는 mevalonate pathway, 두번째는 phenylpropane류의 화합물을 만드는 shikimate pathway, 그리고 세 번째가 hydroxylated fatty acid 종류를 만드는 oxylipin pathway이다. 이 생합성 경로들은 대개 유사하고 종에 따라 단백질의 구조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지금 연구에서와 같이 단순하게 아미노산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전혀 다른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아로마 오일을 생각해 보자. 해당 식물의 생합성 경로를 조절해서 생성되는 물질의 구조나 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전혀 다른 향을 갖는 오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 글의 맨 처음에서 언급한 ‘레몬향 수박’, 혹은 ‘딸기향 포도’같은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더욱더 깊은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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