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물질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히 파고 들어 있습니다. 나노 물질이란 입자의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에 있는 물질을 이르는 것으로, 이렇게 작은 입자는 큰 크기의 입자와 비교해서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같은 양의 물질이라고 해도 입자가 작으면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표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나노 물질들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많은 전자기기에 적용되어 나오는 “은나노”라는 말이 있습니다. 은(silver)은 오랜 옛날부터 제독,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런 항균 효과는 은의 표면에서 일어나므로, 은 입자의 크기를 작게 만들수록 표면적은 넓어지고 항균 효과는 커진다는 원리로 이해하면 됩니다. 물론 은나노의 항균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고 명확한 실험 기준 등이 없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노 입자들을 배합하여 새로운 전기적, 광학적, 화학적 성질을 갖는 나노 물질을 만드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높은 효율을 갖는 태양 전지, 물이 묻지 않는 표면 처리 방법 등 다양한 과학적, 공학적 발전이 가능하게 될 수 있으므로 “나노”라는 키워드는 현재 과학계에서 “바이오”라는 키워드와 함께 가장 중요하고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나노”라는 키워드를 넣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종류의 나노 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은, 보건 관련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안전하고, 어떤 물질이 인체 혹은 환경에 유해한지를 평가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규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노 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도록 내버려둔다면 나노 기술 연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나노 물질들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실험에는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평가해야 하는 항목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각 항목별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 방법들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나노 물질들의 경우 물질의 조성은 동일할지라도 입자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다른 성질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연구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독성 실험을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효율 독성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고효율 스크리닝(High-Throughput Screening)은 단 시간 내에 많은 물질의 약효/독성/성질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서, 96-well 혹은 384-well 등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수백~수만 혹은 수십만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특징을 봐야 하는 독성 실험의 특성상, 고효율 스크리닝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체에서 나타나는 효과 (in vivo effect)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시험관 내 효과 (in vitro effect) 실험을 개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런 in vitro 실험법이 확립되기만 한다면, 많은 물질의 독성을 빠른 시간에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독성을 나타내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물질의 구조로부터 독성을 예측해낼 수 있는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는 유기 화합물의 약효를 예측하기 위한 정량적 구조-약효 상관관계 (QSAR) 연구에서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어 오던 것으로서, 다양한 통계 기법과 메커니즘의 이해를 통해 신뢰도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이 이미 입증되어 있습니다. 이 방법을 나노 물질의 독성 연구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나노 물질이 나타내는 독성이 어떤 원리로 독성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이론적인 배경이 없는 경우라면, 모델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엄정하게 결정하고, 이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모델을 사용하는 방법을 써야겠죠. 다행스럽게도 주요한 독성을 나타내는 경로(pathway)는 십수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나노 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꾸고 있는 나노 물질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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